← 목록으로 돌아가기
MANAGEMENT
2026-09-0126분 읽기 • 👀 6

유머의 힘 — 기대는 꺾고, 사람은 꺾지 않는다

공유하기

회의가 20분째 이어지고 있었다.

프로젝트 일정이 다시 밀렸다.

팀장은 일정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가능할까요?”

준호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금요일은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회의실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때 옆에 있던 동료가 말했다.

“준호 씨 지난번에 프로젝트 끝나면 제주도 간다고 했잖아요.”

준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예약했습니다.”

그러자 동료가 말했다.

“그러면 우리 모두 준호 씨의 행복한 제주도 여행을 위해 이번 프로젝트 화이팅합시다.”

그리고 잠시 멈췄다가 덧붙였다.

“그래야 저희도 귤 초콜릿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웃었다.

준호도 웃었다.

유머의 힘 — 기대는 꺾고, 사람은 꺾지 않는다 이미지 1

프로젝트 일정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 굳어 있던 분위기가 풀리면서 사람들이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일정을 조정할 방법을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을 말했다.

유머에는 이런 힘이 있다.

문제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유머는 관계의 거리를 줄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거리가 있다.

특히 회사에서는 더 그렇다.

팀장과 팀원.

선배와 후배.

고객과 담당자.

처음 만난 사람과 오래 알고 지낸 사람.

아무리 편하게 이야기하자고 해도 관계에는 긴장이 존재한다.

적절한 유머는 이 거리를 잠시 줄여준다.

리더가 완벽하고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작은 틈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유머는 단순히 사람을 웃게 만드는 능력이 아니다.

잘 사용하면 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있다.

유머는 양날의 검이다.

사람을 웃게 만들 수도 있지만,

사람을 작게 만들 수도 있다.


웃겼다고 좋은 유머는 아니다

회의에서 팀장이 말한다고 해보자.

“김 대리는 숫자만 나오면 갑자기 조용해지네. 학교 다닐 때 수학 포기했죠?”

사람들이 웃는다.

팀장도 웃는다.

김 대리도 어색하게 웃는다.

겉으로 보면 유머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누군가가 웃음의 비용을 지불했다.

김 대리를 낮추는 것으로 웃음을 만든 것이다.

이런 방식의 유머가 특히 위험한 이유는 상대가 불편하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팀장이 농담을 했는데

“저 그 말 기분 나쁜데요.”

라고 바로 이야기할 수 있는 팀원은 많지 않다.

그래서 리더는 사람들이 웃었다는 사실만으로

‘내 농담이 괜찮았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

웃음과 편안함은 같은 것이 아니다.

나는 그래서 유머를 사용할 때 한 가지 기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대는 꺾어도 사람은 꺾지 않는 것.


웃음은 예상이 한 번 꺾일 때 만들어진다

왜 어떤 말은 재미있을까?

대부분의 유머에는 예상과 다른 방향이 있다.

사람들은 이야기가 A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갑자기 B로 간다.

그리고 그 연결이 이해되는 순간 웃음이 생긴다.

예를 들어 누군가 말한다.

“요즘 AI 때문에 개발자 없어지는 것 아닐까요?”

아주 진지한 질문이다.

보통이라면 AI와 개발자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 이렇게 답한다.

“일단 저는 당분간 필요합니다. 이번 달 카드값이 너무 많이 나왔습니다.”

이야기가 갑자기

AI 산업의 미래 → 내 카드값

으로 이동한다.

예상했던 방향이 한 번 꺾인다.

그래서 웃긴다.

나는 좋은 유머를 만드는 사람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상황을 여러 방향으로 볼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여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역사를 알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IT를 알고,

스포츠를 알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

하나의 상황에서 연결할 수 있는 재료가 많아진다.

그래서

지식이 많으면 유머를 잘한다

라고 단순하게 말하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많을수록 이야기를 꺾을 수 있는 방향이 많아진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좋은 유머에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잘 듣는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유머는 상대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상대방이 전에 했던 이야기를 다시 가져오는 유머를 좋아한다.

예를 들어 점심을 먹으며 준호가 이야기한다.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 가족들이랑 제주도 갑니다.”

누군가 묻는다.

“언제 가세요?”

“다음 주말이요. 애들이 벌써부터 제주도 이야기밖에 안 해요.”

그 이야기는 그렇게 끝난다.

그리고 며칠 뒤 일정이 조금 어려워진 회의에서 다시 제주도 이야기가 등장한다.

“우리 모두 준호 씨가 행복한 제주도 여행을 갈 수 있도록 이번 프로젝트 화이팅합시다.”

사람들이 웃는다.

그리고 덧붙인다.

“그래야 저희도 귤 초콜릿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이 유머에는 재미 이상의 것이 들어 있다.

준호는 무의식적으로 느낄 수 있다.

내가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구나.

내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았구나.

나에게 관심이 있구나.

코미디에서는 앞부분에서 등장했던 이야기를 뒤에서 다시 활용하는 것을 흔히 콜백(Callback)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상적인 관계에서 콜백은 단순한 유머 기법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청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처음 만난 사람이 이야기한다고 해보자.

“요즘 러닝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뛰세요?”

“사실 장비만 잔뜩 사고 두 번 뛰었습니다.”

대화는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

한 시간쯤 뒤 그 사람이 말한다.

“요즘 카메라에도 관심이 생겨서 하나 살까 고민하고 있어요.”

그러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오 그러면 런닝화 신고 출사 가시면 되겠네요.”

상대가 웃는다.

아까의 이야기가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는 느낀다.

‘이 사람 내 이야기를 잘 듣네.’

나는 이런 유머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누군가를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람을 낮추는 대신 나를 조금 낮추는 방법도 있다

특히 리더에게 좋은 유머 방법이 하나 더 있다.

자신을 소재로 사용하는 것이다.

팀장은 기본적으로 팀원보다 권한이 많다.

업무를 배정하고,

성과를 평가하고,

때로는 승진과 보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편한 팀장이라도 팀원에게는 어느 정도 긴장되는 사람이다.

그런데 리더가 자신의 권위를 아주 조금 내려놓으면 관계의 거리가 줄어든다.

예를 들어 회의 시작 전에 팀장이 말한다.

“오늘 회의는 정말 짧게 하겠습니다.”

팀원들이 웃는다.

팀장이 묻는다.

“왜 벌써 웃으시죠?”

웃음이 더 커진다.

이건 팀원 누구도 공격하지 않는다.

대신 팀장 자신이 평소 회의를 길게 한다는 사실을 가볍게 인정한다.

또 다른 예도 있다.

팀장이 새로운 시스템을 설명하다 실수한다.

“제가 아까 이거 굉장히 쉽다고 했죠?”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말 취소하겠습니다. 제가 아직 못하고 있네요.”

사람들이 웃는다.

이런 유머에는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나도 완벽하지 않다.

리더가 완벽한 사람처럼 행동하지 않을 때 팀원들도 자신의 실수나 모르는 것을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

다만 여기에도 선이 있다.

자기 자신을 낮추는 것과 자신의 능력을 계속 깎아내리는 것은 다르다.

“제가 이런 건 정말 못합니다.”

“제가 팀장을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원래 능력이 없습니다.”

이런 농담이 반복되면 웃음보다 불안이 생긴다.

특히 리더라면 그렇다.

사람들은 친근한 리더를 원하지만,

믿을 수 없는 리더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좋은 자기 유머는

‘나는 무능하다’가 아니라
‘나도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다’

정도가 적당하다.


좋은 유머 감각은 어떻게 기를까

유머 감각은 타고나는 부분도 있겠지만 충분히 연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사람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단어,

여행 계획,

취미,

최근 있었던 사건,

작은 실패담 같은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적절한 순간에 다시 가져온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웃을 수 있는 이야기여야 한다.

상대가 어렵게 털어놓은 고민이나 콤플렉스를 나중에 유머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한 상황을 다른 세계와 연결해보는 것이다.

회사 이야기만 회사 이야기로 보지 않는다.

스포츠와 연결하고,

영화와 연결하고,

육아와 연결하고,

역사와 연결하고,

게임과 연결해본다.

좋은 유머는 멀리 떨어진 두 개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많이 보고 경험하는 것이 유머에도 자산이 된다.


세 번째는 누가 웃음의 비용을 지불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내 농담으로 사람들이 웃었다.

그렇다면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왜 웃었을까?

상황이 재미있어서 웃은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작아져서 웃은 것인가.

두 번째라면 그 유머는 조심해야 한다.

특히

외모,

나이,

학력,

가족,

경제적인 상황,

신체적인 특징,

개인의 실수처럼

사람 자체와 가까운 영역을 소재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네 번째는 강한 사람이 자신을 조금 낮추는 것이다.

팀장이 팀원을 놀리는 것보다

팀장이 자기 자신을 소재로 삼는 것이 안전하다.

선배가 후배를 놀리는 것보다

선배가 자신의 실수를 웃음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권력이 있는 사람이 아래를 향해 사용하는 유머보다

자신을 향해 사용하는 유머가 훨씬 안전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대가 웃지 않으면 설명하지 않는 것.

유머가 실패했는데

“아니,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이라고 설명하기 시작하면 더 어려워진다.

그냥 넘어가는 것이 낫다.

유머에는 타이밍도 중요하고,

상대와의 관계도 중요하고,

서로 알고 있는 배경지식도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같은 농담을 재미있어할 수는 없다.

그것까지 이해하는 것도 유머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유머는 분명 양날의 검이다.

잘 사용하면 사람 사이의 긴장을 낮춘다.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조금 쉽게 만들고,

처음 만난 사람과의 거리를 줄이고,

팀 안에 따뜻한 분위기를 만든다.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반대가 된다.

누군가를 작게 만들고,

사람들을 조심스럽게 만들고,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거리를 두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유머 감각이 좋은 사람을

단순히 재미있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유머 감각이 좋은 사람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상황의 맥락을 읽고,

여러 경험과 지식을 연결하고,

적절한 순간에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살짝 꺾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을 알고 있다.

어디까지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선인지.

어쩌면 좋은 유머의 시작은 재치가 아니라 관심일지도 모른다.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기억하고,

상대방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무엇을 농담으로 해도 되는지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 상대의 이야기를 다시 인용하는 좋은 유머에는 이런 메시지가 숨어 있다.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낮추는 유머에는 이런 메시지가 들어 있다.

“나도 당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입니다.”

이 두 가지가 만날 때 유머는 단순한 웃음이 아니라 관계를 만드는 도구가 된다.

좋은 유머는 기대를 꺾는다.

때로는 자신의 권위를 조금 낮춘다.

하지만 사람은 꺾지 않는다.

웃참짤 모음 - 😄유머 - 침하하

첫 번째로 도움이 되었어요를 눌러보세요

댓글 (0)

    든든한 실무 조력자가 필요하신가요?

    당장 실행에 옮길 믿음직한 손길이 부족하시다면 연락주세요.

    협업 제안하기
    다른 글 읽어보기
    좋은 팀장이 되는 법 — 팀원의 성과와 성장을 만드는 5가지 역할

    좋은 팀장이 되는 법 — 팀원의 성과와 성장을 만드는 5가지 역할

    1일 전1920
    MANAGEMENT
    일 잘하는 사람의 업무 커뮤니케이션 3가지 — 명확한 지시, 두괄식, 피드백

    일 잘하는 사람의 업무 커뮤니케이션 3가지 — 명확한 지시, 두괄식, 피드백

    2일 전18100
    MANAGEMENT
    거절도 불만도 없다면, 너무 안전하게 사업하고 있는 건 아닐까?

    거절도 불만도 없다면, 너무 안전하게 사업하고 있는 건 아닐까?

    2일 전730
    MANAGEMENT
    Sales 101 — B2B 세일즈의 기본, 가치기반 세일즈와 영업 루틴

    Sales 101 — B2B 세일즈의 기본, 가치기반 세일즈와 영업 루틴

    3일 전1420
    GROW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