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투덜이는 AI 시대에 어떻게 될 것인가? —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의 태도 ①
문제는 잘 찾지만, 해결에는 기여하지 않는 사람의 미래

회의 중 고객의 요청이 전달됐다.
“지난주에 확정했던 화면인데 고객 쪽에서 프로세스를 조금 변경해달라고 합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사람이 말했다.
“또요?”
다른 사람이 말을 받았다.
“제가 그럴 줄 알았어요. 고객이 처음부터 요구사항을 제대로 줬어야죠.”
“이거 바꾸면 개발 일정 또 밀리겠네요.”
모두 틀린 말은 아니었다.
요구사항은 실제로 변경됐고, 일정에도 영향이 있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한 사람이 노트북을 열면서 말했다.
“변경 범위부터 볼까요? 화면만 바뀌는 거면 괜찮은데 API까지 영향이 있으면 일정을 다시 협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상황은 같다.
세 사람 모두 요구사항 변경이 반갑지 않다.
그런데 차이가 하나 있다.
누군가는 문제가 생긴 이유를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나는 이 차이가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AI 시대에는 더 그렇다.
회사에는 다양한 종류의 투덜이가 있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어디에나 투덜거리는 사람이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유형은 경험 부족형이다.
이 사람에게 일은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이 정상이다.
요구사항은 처음부터 확정되어야 하고,
일정은 바뀌면 안 되고,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변수가 생기면 먼저 화가 난다.
“원래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현실의 프로젝트는 교과서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고객에게도 고객이 있다.
고객사의 경영진이 있고,
실제 사용자가 있고,
영업부서가 있고,
시장 상황도 변한다.
어제까지 맞았던 결정이 오늘은 틀릴 수도 있다.
경험이 조금씩 쌓이면 알게 된다.
변화가 발생했다는 사실보다 변화에 얼마나 싸게 대응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그래서 경험이 부족할 때는 변화를 ‘예외’라고 생각하지만,
경험이 쌓이면 변화를 업무의 조건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반대편에는 냉소형 베테랑도 있다.
경험이 부족해서 투덜거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경험이 너무 많다.
“그거 해봤는데 안 돼.”
“회사 원래 그래.”
“고객 어차피 또 바꿔.”
많이 경험한 것이 장점이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경험이 새로운 판단을 막기 시작한다.
과거의 경험으로 미래의 가능성까지 미리 닫아버린다.
그리고 또 다른 유형이 있다.
책임 회피형이다.
이 사람은 문제를 굉장히 잘 찾는다.
고객의 문제도 발견하고,
팀장의 문제도 발견하고,
회사 프로세스의 문제도 발견한다.
그런데 이야기 속에 한 사람이 항상 빠져 있다.
자기 자신이다.
고객이 잘못했고,
기획자가 잘못했고,
회사에서 지원을 안 해줬고,
리더가 판단을 잘못했다.
모두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항상 한 문장이 없다.
“그러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비판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은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나는 회사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좋은 조직에는 반대 의견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정이 불가능하면 불가능하다고 말해야 한다.
고객 요구가 잘못됐다면 잘못됐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리더가 틀린 판단을 했다면 반대 의견도 낼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그다음 문장이다.
투덜이는 말한다.
“고객이 요구사항을 또 바꿨습니다.”
문제 해결형 사람은 한 문장을 더 붙인다.
“고객이 요구사항을 또 바꿨습니다. 확인해보니 화면과 API 두 곳에 영향이 있고 일정은 3일 정도 추가될 것 같습니다. 일정 유지가 중요하다면 B 기능을 다음 배포로 미루는 방법이 있습니다.”
둘 다 같은 문제를 발견했다.
하지만 한 사람은 불만을 가져왔고,
다른 사람은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가져왔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비판은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이고,
투덜거림은 문제를 발견한 자리에서 멈추는 습관이다.
본인도 완벽하지 않은데 왜 고객에게는 완벽을 요구할까?
가끔 재미있는 장면을 본다.
개발자가 자신이 만든 코드에서 버그를 발견하면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버그가 있을 수도 있죠.”
맞는 말이다.
그런데 고객이 요구사항을 변경하면 말한다.
“처음부터 제대로 정했어야죠.”
이상하다.
나의 실수에는 상황과 맥락이 붙는데, 다른 사람의 실수에는 무능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나도 완벽하지 않다.
우리 팀도 완벽하지 않다.
회사도 완벽하지 않다.
그렇다면 고객에게만 완벽하기를 요구할 수 있을까?
나는 오히려 프로의 능력이 여기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프로는 완벽한 고객과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불완전한 고객, 불완전한 조직,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 속에서도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짜증이 날 수 있다.
불만도 생길 수 있다.
문제는 감정이 아니다.
그 감정 다음에 무엇을 하느냐가 태도다.
그래서 나는 ‘투덜이’가 AI 대체 우선순위가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통계가 아니라 내 생각이다.
나는 AI 시대에 회사에서 가장 먼저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 중 하나가 투덜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고객이 요구사항을 바꿨다고 AI에게 새로운 조건을 입력하면 AI는 다시 분석한다.
영향 범위를 정리하고,
필요하면 대안을 만들고,
문서를 수정하고,
새로운 코드의 초안도 만든다.
AI가 정확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AI 역시 틀리고, 사람이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문제를 정리하고 대안을 만드는 비용이 과거보다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ILO 역시 생성형 AI가 모든 직업을 그대로 없애기보다는 많은 직업의 일부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직무 자체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같은 요구사항 변경을 받고 AI는 몇 초 뒤 이렇게 이야기한다.
“변경에 따른 영향은 세 가지입니다. 가능한 대응 방법은 A, B, C가 있습니다.”
그런데 옆자리의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이걸 왜 또 해야 하죠?”
그 순간 나는 질문하게 된다.
회사가 앞으로 그 사람에게 기대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AI가 일을 가져갈수록 오히려 ‘사람다운 능력’이 중요해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와 사람이 누가 더 일을 많이 할 수 있느냐의 경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AI가 잘하는 일은 점점 AI에게 넘어갈 것이다.
정보를 정리하고,
문서를 만들고,
코드를 작성하고,
여러 대안을 빠르게 만드는 일의 비용은 계속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사람에게 요구되는 수준은 오히려 올라간다.
세계경제포럼의 Future of Jobs Report 2025에서도 기업들이 중요하게 보는 핵심 역량 상위권에는 분석적 사고뿐 아니라 회복탄력성·유연성·민첩성, 리더십과 사회적 영향력이 들어 있다. 공감과 적극적 경청 역시 주요 핵심 역량으로 꼽힌다.
흥미롭다.
AI가 발전하고 있는데 기업이 원하는 것이 AI 기술만은 아니다.
사람을 이끄는 능력,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능력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
나는 앞으로 이 차이가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더십만큼 팔로워십도 중요하다
회사에서는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좋은 팀장은 어떠해야 하는가.
좋은 리더는 어떻게 사람을 움직이는가.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조직에는 리더보다 팔로워가 훨씬 많다.
그리고 좋은 조직은 좋은 리더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팔로워십이 필요하다.
팔로워십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리더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의견을 말한다.
필요하면 반대한다.
다른 대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충분히 논의한 뒤 조직이 하나의 방향을 선택했다면,
그다음에는 그 결정이 성공할 수 있도록 자신의 역할을 한다.
나는 이것도 프로의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불만이 있다고 해서 관계에서 빠져버리고,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실패하기를 기다리는 사람과
같이 일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결국 남는 것은 ‘인(仁)’일지도 모른다
공자는 인(仁)을 이야기했다.
논어에서 공자는 인을 묻는 질문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유교에서 인은 사람을 대하는 핵심적인 덕목으로 여겨진다.
나는 이것을 현대 회사생활에 그대로 가져다 붙이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AI 시대를 생각하다 보면 오히려 오래된 이 단어가 떠오른다.
리더십도 결국 사람을 이해하고 움직이는 일이다.
팔로워십도 다른 사람과 함께 결과를 만드는 일이다.
커뮤니케이션도 상대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고객을 이해하고,
동료의 사정을 이해하고,
후배의 실수를 받아들이고,
때로는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하는 것.
결국 중심에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있다.
AI가 점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역설적으로 사람은 점점 더 사람에게 필요한 일을 잘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회사의 투덜이는 AI 시대에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조금 못하는 사람은 배울 수 있다.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경험을 쌓을 수 있다.
AI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익힐 수 있다.
그런데
항상 남을 탓하고,
변화를 싫어하고,
문제를 발견하면서도 대안을 만들지 않고,
사람과 협력하지 못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그 사람이 포기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긍정적인 태도가 아니다.
AI가 대신하기 가장 어려운 자신의 인간적인 경쟁력일 수도 있다.
앞으로 사람에게 더 필요한 것은 AI보다 빠르게 문서를 만드는 능력이 아닐 것이다.
변화 속에서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을 설득하고,
때로는 이끌고,
때로는 따르고,
함께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AI가 일을 대신할수록, 사람은 더 사람다워져야 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늘 투덜거리기만 하는 태도는
어쩌면 그 반대 방향으로 걷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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